이 책은 최근에 식물과 가드닝에 급관심이 쏠리면서 지인이 추천해준 책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타샤의 정원'을 이번에 처음 접해본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 신문광고를 통해 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식물이나 자연에 관심이 없었던 때라 눈길조차 주지 않고는 휙 지나치고는 곧 잊혀졌다.
지은이 타샤튜더는(이하-타샤 할머니) 30만평의 공간을 정원으로 꾸미며 그것을 가꾸고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아름답고 좋아하는 꽃는 이나 과일, 열매를 어린 소녀들과 함께 일러스트로 그림그리는 것을 즐기며, 손님들이 찾아오면 온갖 정성들여 맛있게 만든 요리를 접대하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책은 양장본으로 되어 있고 페이지의 종이 재질 또한 약간 두꺼우면서도 매끈매끈하며 글씨 또한 너무 작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중간 중간에 컬러로 된 사진들이 곁들여 있다. 그 컬러로 인쇄된 사진은, 타샤할머니의 정원의 풍경이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많은 다양한 꽃들, 그리고 어린 소녀의 모습, 일러스트로 그려진 식물들이다.
··· 5월의 꽃밭마다 조금씩 다른 색조가 ─ 새벽녘의 분홍빛, 연보라색, 라벤더빛, 연노란색(화려한 금빛 도는 노랑이 아닌), 그 옆으로 레이스 같은 흰색 ─ 비경을 이룬다. 각각의 색이 아무렇게나 흩어졌다 다시 반복되는 것 같지만, 물론 타샤의 정원에서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현관의 세탁통 옆에 핀, 잎이 골든 홉 같은 덩굴이나 고광나무처럼 새 잎이 돋은 관목이 세공 장식처럼 꽃들을 돋보이게 한다. 보드랍고 운율감이 깃든 정취, 머리를 핑핑 돌게 하는 게 아니라 오감과 지각을 간질이는 풍경이다.···
- 본문중에서
타샤의 정원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동화같아서 마음속에 넘치는 그 황홀함과 설렘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몰랐다. 특히 컬러로 된 정원 풍경이나 꽃들의 사진, 동화같은 그런 장면들의 페이지를 볼 때면 더욱 그러했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가 아까워서 몇 분을 찬찬히 들여다보듯이 자세히 보았고, 그래도 나중에는 아쉬운 미련을 남기고 다음장으로 넘겨야 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처음에는 타샤할머니처럼 나만의 땅에 정원을 이루어 가꾸는 모습에 반해서 나도 그녀처럼 현재 일하고 있는 이 현실을 벗어나 정말 직장을 그만 두고 깊은 시골로 들어가 비밀의 정원이라도 꾸밀까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했었다. 하지만 나도 안다. 실현가능성이 없다라는 것을. 그저 나 홀로 가져보는 바램이자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 화가다운 솜씨가 어디서나 드러난다. 붉은 돌능금나무 주변에는 슬며시 고개 드는 협죽과 예쁜 노란장대, 향기 짙은 고광나무, 순백의 금낭화가 피어 있다. 타샤는 이런 솜씨를 쉽게 뽐내지 않는다. 그녀는 꽃피는 돌능금나무나 물망초가 올망졸망 피어난 라일락 울타리를 보라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숨이 멎어버린다. 그 찬란함이라니.
- 본문중에서
그러다 나중에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타샤 할머니가 그 정원을 어떻게 가꾸고 손질해나가는지에 대해 몇가지 나오는데 그제서야 나는 인정하게 되었다. '아아, 정원이란 것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샤할머니처럼 늘 관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손질을 해주어야지 유지가 되는 구나' 라고 말이다.
타샤의 정원.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남은 그 여운으로 다른 시리즈의 책들이 있는지 더 알아봤는데, 타샤의 스케치북, 타샤의 식탁, 타샤의 집, 타샤의 코기 등등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고, 나는 곧 다른 책들도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연이란 존재는 참 신비하고 알 수 없는 것 같다. 사계절마다 새롭게 변신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자연의 소중함이라던가 보존에 대해 이기적이거나 무지하다. 하지만 자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어떤 법칙대로 순응하며 살아있는 생물에게 또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며 도움을 준다. 보듬어 준다.
원래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자연이란 것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별로였다. 어렸을때부터 접해왔었기에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였었고, 남들이 자연,자연,자연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에게는 늘 익숙하고 당연한 거라 자만했었기에.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어떤 계기로 자연사랑동호회에 참여하여 지난 1년여동안 주말마다 꾸준히 주말농장에서 식물들을 가꾸는 작업, 어떤 농가에서 일을 거들어 주는 작업 등등 자연의 품 안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 7개월이 지나 하반기쯤 접어들자 나도 모르게 자연과 녹색 그것으로부터 어떤 매력을 느꼈고 비전을 발견했으며 다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전에는 관심 밖이었던, 코웃음 쳤던 자연과 식물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란 것은 이기심과 위선, 삭막함으로 가득 차 있는, 어떻게보면 병들어 있는 사람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그런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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